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영화의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내용을 간직한 이 영화에 대해 나는 꼭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인 거 같다.
미국판 제목을 직역하면 '용문신을 한 소녀'인데, 스웨덴 원어 제목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고 한국에는 서적이 스웨덴판으로 번역되었기에 영화 역시 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이 제목이 좀 더 내용과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스웨덴판 영화도 있지만, 내가 서술하고자 하는 것은 다니엘 크레이그와 루니 마라 주연의 미국판 영화이다. 특별히 잘 만들었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니고, 내가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스웨덴판보다는 미국판과 더 가깝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스웨덴 문화가 낯설어서일까...)
왜 많은 영화중에 이 영화를 꼭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 이유를 더듬어 올라갔을 때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을 다시 떠올렸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이 영화는 성범죄가 메인을 이루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놀랍게도 성범죄에 대한 이유는 제목에 그대로 서술되어있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내가 바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이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항상 말이 많다. 여자가 꽃뱀이다, 여자가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했다, 여자가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등등. 그리고 아마, '여성 혐오'에 대한 아주 많은 남자들의 반응은 놀랍게도 똑같다. '내가 여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여자를 혐오한다고 하느냐', '못생긴 여자들이 하는 헛소리다.' 같은.
그러나 이 영화에선 단언한다. 성범죄는 성욕이나 그런 욕구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권력'에 의한 범죄다. 라고.
본 이야기의 주인공인 리스베트 살란데르 또한 극 진행 중 성범죄 피해자가 된다. 피해를 입은 직후 영화에서의 연출은 리스베트의 캐릭터성을 잘 살렸다고 생각하지만, 난 소설에서의 흐름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영화에서는 미디어의 특성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지나가지만 소설에서 리스베트는 피해를 입은 후 논문을 찾아보며 스스로의 위치를 가해자가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대해 확인한다.
리스베트는 이야기 속에서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약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가정폭력범이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로 인해 정신병을 얻어 요양원에 있고, 리스베트 주변에서 리스베트를 살갑게 대해주는 사람은 없었으나 그녀는 항상 맞서싸워왔다. 그런데 이때, 리스베트는 가해자가 그녀를 좋은 먹잇감이며 '약자'로 설정한 것을 깨닫는다.
물론 이후에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그녀의 방식대로 그 빌어먹을 인식을 깨부숴준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소설 속의 인물이고 항상 싸워온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그녀처럼 용감하지 못하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동생 카밀라 살란데르는 잠깐씩의 묘사로만 등장하는데, 카밀라는 순응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가정폭력범인 아버지에게 애교를 부려 상황에서 벗어나려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리고, 난 카밀라야말로 현실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사람이리라 생각한다.
카밀라까지 가지 않아도, 본 영화에서도 이야기한다.
마지막 즈음, 마르틴 방예르는 그러한 '굴복'의 과정이 좋기 때문에 강간살해를 저질러왔음에 대해 고백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이 성평등이 가장 잘 이루어진 나라로 손꼽히고 있긴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동안 축적되어온 여성 혐오는 온전히 타파되지 않았으며 이 책은 그것을 아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또한 여성 피해자를 수동적인 단순 피해자로 남겨두지 않고 각각의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능동적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피해자는 꼭 수동적이어야하는가?
이 영화, 혹은 책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좀 더 추천하고 싶다.
밀레니엄 영화 링크(유튜브가 1500원가량 더 저렴하다:D) + (본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성인인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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