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의 관점에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2015 - 1

cottonracoon 2017. 12. 11. 00:13

지난 포스팅에 이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팅!(자꾸만 분노의 질주라고 쓰려고 한다. 그거 다른 영화인데...)

오늘은 최종 보스 임모탄 조가 아끼는 5명의 아내들에 대해 포스팅해보고자 한다.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있으니 주의 바람.




5명의 아내들에 대해 따로 포스팅하는 이유는, 이 5명의 캐릭터가 정말정말 훌륭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엄청. 훌륭하다.


2017년 하반기, <브이아이피>라는 한국 영화가 개봉했었다. 많은 여성들은 이 영화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었는데, 이유는 아래와 같다.

모든 여자는 이름도 없는 여자시체 역. 이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표기가 여자 역으로 바뀌었다.(...)

이 영화만의 문제라고 하기에, 한국의 영화 대다수에서 여성 캐릭터는 납작하기 그지없다. 창녀거나, 어머니거나, 딸이거나. 대충 이 셋 중 하나다. 이 세 가지가 아닌 다른 유형이라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개는 남성 캐릭터의 부속품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매드맥스의 5명의 아내들은 훌륭한 자기만의 캐릭터리티를 지니고 있다.

근미래 배경인 매드맥스에서 임모탄 조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을 데려와 '아내'로 삼는다. 그리고 이에 대해 반발한 아내들은 합심하여 퓨리오사에게 도망가게 해달라고 청한다. 사실 이 부분부터 정말 굉장하다. '퓨리오사가 데려가려고 한 것'이 아니라, '아내'들이 먼저 주체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후 연출도 굉장히 세련되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아래의 장면이다.


5명의 아내들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아마 여느 영화에서라면 어거지로라도 그녀들이 강간당하는 장면을 넣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드맥스에선 그녀들이 정조대를 자르고 그것을 걷어차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5명의 아내들이 임모탄 조에게 강제로 취해졌고 이에 대해 분노를 품고 있음에 대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들 각각에겐 이름 또한 존재한다.


제일 첫번째 인물, 스플렌디드 앙하라드(Splendid Angharad).

이름 뜻은 빼어나게 사랑받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녀는 유일하게 임모탄 조의 혈육을 임신하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아내들이 탈출하는 데에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누가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지?"

"우린 물건이 아니야!"

그녀의 가치관은 이 두 문장으로 확연히 드러나며, '비폭력'적인 저항자라는 캐릭터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깊다.



케이퍼블(Capable).

'유능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작중에서 망을 볼 사람에 자원하거나, 워보이인 눅스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포용하는 모습 등을 보인다.

특히 워보이인 눅스와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을 '러브라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단 두 사람의 관계가 동등한 친구처럼 보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눅스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말로 그를 다른 길로 이끌어주는 관계.

이것을 꼭 사랑이라고 정의해야만 할까?



토스트(Toast the knowing).

그녀의 이름은 '지성에 건배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작중에서도 그녀는 상당히 적극적인 인물이다. 총의 장전을 도맡아하거나, 총알의 갯수를 세어 알려줌으로써 전략에 도움을 주고, 임모탄 조에게 붙잡혔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인다.

지식은 고여있으면, 그저 간직된 채 있으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가진 이름과 그녀의 행동은 상당히 흥미를 끌어낸다.



대그(The dag).

개인적으로 다섯 아내들 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다. 신랄한 점 때문이기도 하고, 그녀가 가진 신비로운 매력 때문이기도 하다.

작중에서 마지막 시타델로 돌아갈 무렵, 기묘하게 기도하는 동작을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이때 그녀가 한 말이 좋았다.


"너 뭐해?"

"기도."

"누구한테?"

"아무나 듣고있는 신한테."


임모탄 조는 신임을 자처했지만, 그녀는 절대 그를 신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며 정신은 침범당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런 그녀가 녹색의 땅에서 시드 키퍼를 만나 이후 죽은 시드 키퍼의 유지를 받든다는 점(생명 연장과 관련된) 역시 인상 깊다.



치도(Cheedo the Fragile).

치도의 풀네임을 알게 되었을 때 와. 대박.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치도는 다섯 아내들 중 가장 약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 스플렌디드에게 가장 의지한 사람이기도 하고.

스플렌디드가 죽었을 때 치도는 임모탄 조에게로 돌아가려 한다.


"우린 보호 받고 호화롭게 살았잖아. 그게 나빠?"


그런 그녀는 마지막까지 돌아갈 것처럼 행동한다. 그것은, 페이크였지만.

마지막에 그녀는 날 데려가라고 말한 뒤 자리를 옮기자마자 퓨리오사를 돕는다.

그야말로 변화하는 '성장형' 인물인 것.

내가 그녀의 이름에 감탄할 수 밖에 없던 이유이다.

연약하지만 그것이 변화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으니까.




난 매드맥스가 상당히 페미니즘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퓨리오사처럼 강인한 여성상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다섯 아내들과 같이 자칫 수동적이게 그려지기 쉬운 인물들에게

하나하나 서사를 부여해 생동감있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여자'와 '인간'을 분리해보지 않는 시각, 자극적인 서사를 쉽게 표현하지 않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 흔적 등이 눈에 보인다는 점에서

매드맥스는 가히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더라도 이미 상도 많이 타고 훌륭한 영화임을 입증 받았지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유튜브 구매처: https://youtu.be/QoiCc3SGoQ8

네이버 N스토어: http://nstore.naver.com/movie/detail.nhn?productNo=1945419


유튜브가 2천원 가량 저렴하므로 구매한다면 유튜브에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